큰손은 안 움직였지만 미술을 즐기는 컬렉터는 여전히 존재했다.
2023 제12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가 막을 내렸다. 올해 BAMA는 지난해 가을 서울에서 열린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와 프리즈 이후 조정기에 들어간 미술시장의 변화상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작년 11월 대구에서 열린 디아프는 미술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관람객 수와 매출이 20% 이상 줄어들었다. 때문에 국내 대형 아트페어 중 2023년 첫 행사가 된 BAMA에 대한 기대도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BAMA는 관람객 수에 있어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2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폐막일인 5일까지 2023 BAMA를 찾은 관람객 수는 약 12만 명에 달한다. ‘광풍’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미술시장이 요동쳤던 2022년 관람객 10만 명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실제 아트페어 현장에서 만난 갤러리 관계자 다수가 “관람객이 정말 많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산의 한 중견 갤러리 대표는 “작품 구경을 위해 나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며 “지난 2년 미술시장이 뜨거웠던 만큼 아트페어가 뭔지 궁금해서 처음 방문했다는 관람객도 상당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트페어 대중화와 미술에 대한 관심 증가는 관람객 12만 명 중 티켓을 직접 구매한 일반 관람객이 5만 명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됐다.
전체 관람객 숫자는 늘었지만 큰손 컬렉터의 움직임은 덜했다. A갤러리 대표는 “경기침체로 사업을 하는 컬렉터의 경우 지금이 돈을 쓸 타이밍인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가 확연했다”고 전했다. 또 국내외 대형 갤러리 몇 곳이 해외 아트페어 참가를 이유로 올해 BAMA에 불참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저가의 작품이나 소품을 구입하는 일반 컬렉터는 늘었다는 반응이다.
지역 중견작가와 신진작가 작품을 들고 나온 B갤러리의 경우 신진작가의 조각품은 완판됐다. MZ세대 컬렉터에 포커스를 맞춘 C갤러리에서는 일부 인기 작가 작품에는 ‘오픈런’도 있었다. C갤러리 대표는 “80만 원부터 1200만 원까지 28점의 작품을 판매했다”며 “우리 갤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작가군이 있어 새로운 작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팝아트 위주로 부스를 꾸린 D갤러리 대표도 “작년처럼 부동산이나 코인에서 돈을 벌어 미술품을 사는 경우는 없었지만 신혼부부, 아이가 있는 가족 등 ‘우리도 집에 그림을 걸어 볼까’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사는 고객층은 그대로 있었다”고 했다.
부산화랑협회 사무국은 9일 “각 부스에서 작품 판매를 알리는 ‘빨간 딱지’와 작품 반출증 등을 합산한 결과 올해 BAMA 매출을 약 21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시장이 침체된 것에 비해 판매가 나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지난해 BAMA 매출액은 250억 원이다.
이런 결과와 달리 한 작품도 판매하지 못 하거나 “부스비도 못 건졌다”는 갤러리도 꽤 있었다. 지역 한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갤러리마다 편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동안 미술시장이 아주 비싼 ‘하이엔드급’ 작품이거나 대중적인 가격대의 작품으로 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중견 작가의 그림이 많이 팔려야 갤러리 수입이 안정되고 이를 기반으로 젊은 작가 지원 등 투자가 이뤄진다”며 “미술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견 작가의 작품이 팔릴 수 있게 작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갤러리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BAMA가 대형 아트페어로 ‘스타트’를 끊기는 했지만 올해 국내 미술시장 전체 분위기는 4월에 열리는 화랑미술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그림을 살 컬렉터 층을 아트페어 현장으로 불러내기 위해서 SNS 홍보 강화 등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